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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영성

노자 - 5 : 세상의 시원(始原)과 운행원리

 


일반적으로 도덕경은 세상을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이 생기는 중년 이후에야 그 내용이 조금 구체성을 띄고 눈에 들어오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 앞에 펼쳐져있으나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진리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역동성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다. 

'대기만성'이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같은 우리가 잘 아는 속담이 도덕경에서 처음 사용되었지만 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우리가 여태 사회로부터 배워왔던 상식선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 자체가 짧은 8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81편의  깊은 철학을 품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장자를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을 할 것 같다. 도덕경이 시라면 장자는 산문이나 소설이다. 하나의 개념을 노자는 짧은 구절로 압축시켜 놓았으나 장자는 노자의 짧은 구절을  여러 이야기에 포함시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81편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4자성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사자성어 중 하나만 집어내어도 여러 편의 긴 해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오늘 올리는 글도 여러 번 내용을 고쳤다. 글을 완성했는데 한참있다가 다시 읽어보면 무언가 미진하고 틀린 것 같다. 이것이 노자를 계속 잡고 있게 만드는 매직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노자의 사상중 노자가 최초로 이야기 한 우주생성과 운행의 원리를 설명해 보려 한다. 40장과 5장의 첫 소절이 이 부분을 설명해 준다.

"天地不仁(천지불인)" : 하늘과 땅은 무심하다. "-<5장 >첫 소절

"反者道之動, 弱者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有生於無(반자도지동,약자도지용,천하만물생어유,유생어무)  <40장>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고, 약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도의 작용하는 모습이다.. 천하의 만물은 있음(有)에서 생겨나고, 있음은 없음(無)에서 생겨난다.    

40장 뒷 구절  "천하 만물은 유(有)에서 생겨나고 유는 무(無)에서 생겨난다" 는 문장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는 구절이다. 형체가 있는 有에서 만물이 생겨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데 無에서 有가 나온다?  

신을 믿는 종교들에서는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선시대 저명한 유학자 화담 서경덕은 무에서 어떻게 유가 생기는가? 틀린 것이다 하고 無와 有 사이에 虛(빌 허)라는 

단계를 넣은 것 같다. 그나마 서경덕은 중간 단계라도 생각했던 것 같은데  과학적 논리를  중요시하는 서양 철학자들에게  이 부분은 근세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상대성원리와 빅뱅이론으로 우주가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점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 증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럼 그 점 이전은 무엇이 있었고 무엇이 그 점을 만들었나에 대해서는 여전히 퀘스쳔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20세기들어서 물리학의 커다란 발견들이 계속 발표되는 와중에 양자물리학의 발전이 이 부분을 설명해 주는 일이 일어났다.  

양자역학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노자의 설에 부합되는 발견이 있었던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전 물리학 법칙에 의하여 입자가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가 하면 당연히 존재하지 않아야 할 곳에 나타나는 것이 계속 관찰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노자의 언급이 엉터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 많은 현대 철학자들이 급격히 노자 및 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 설명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심리학자이며 철학자인 '켄 윌버"의 '무경계'라는 저서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는 양자철학의 발견을 유와 무 사이에 경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우주에는 어떤 경계선도 없다"는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노자의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것을 수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우주의 시작도 무에서 시작되었다는 노자의 설은 그들 사이에서는 힘을 받게 된다. 노자의 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냥 없음의 무가 아니라 유를 포함란 넓은 의미의 없음이다.

다음으로 우주의 운행원리로는 40장의 앞 구절과 5장의 첫 소절을 예로 들 수 있다.
 '되돌아 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는 다른 종교나 철학에서도 가끔 나오는 부분인데 조금 범위를 넓혀서 설명해 본다. 

'反'은 상반, 반복, 되돌아 옴 등의 뜻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反者道之動' 역시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 '도'는 상반된 방향으로 운동하거나 되돌리는 쪽으로 움직인다. 분열되면 이후 통합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통합되면 다시 분열되는 쪽으로 간다. 


예를 들면 어느 순간 밀물이 썰물이 되는 것처럼 도는 어떤 일정 시기가 되면 풀었던 것을 거둬들이고, 벌렸던 것을 오므려들이며, 발산시켰던 것을 수렴시킨다. 


이 우주에는 결코 일방통행이란 없다. 모든 사물은 점차 변해 결국 그 반대편으로 갈 것이다. 

우주를 관찰하면 이러한 이치를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는 사실에 동의한다. 

어떠한 지점에 이르면 우주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고 점차 작아지다가 결국 하나의 작은 점이 될 것이다.  

점이 된 후에는 다시 팽창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둘째, '도'의 운동은 끊임없는 순환과 반복이다. 낮과 밤, 사계절의 운행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反者道之動'이란 원리는 우주의 원리일 뿐 아니라 인간세상의 이치이기도하다
도는 결코 한 방향으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갔으면 다시 반대로 되돌아오는 성질이 있다. 
여러 고전에서 '남을 죽이거나 해를 끼치는 사람은 자신을 죽이거나  해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도의 되돌아가는 원리를 적용한다면 이 구절에 적용해도 맞을 것 같다.  
다음 생에서라도 적용된다는  카르마나 윤회등을 내세워도 그럴듯한데 그건 잘 모르겠다.

정치, 주식도 그러하다. 모든 사회현상이 이 구절로 설명된다.  모든 것이 갔다가 되돌다 온다. 


헤겔은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발표하여 유럽 철학사에 크나큰 업적을 남겼다. 헤겔의 변증법은 두 개의 반대되는 개념이 처음에는 충돌하지만 결국 타협하게 된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계속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그렇다면 노자와 헤겔은 여기서 그들의 세상원리가 충돌하는데 나는 노자에서 이런 합(合)의 개념을 아직 찾지는 못했는데 아마 어디엔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도덕경에 당연히 담겨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5장의 '천지불인'이다
"하늘은 어떤 것도 특별히 사랑하지 않으며 총애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신을 정의할 때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 문제이고,  수천 년 전부터 인류의 현자들이 여러 차례 거론해 왔던 문제이다. 
서양철학자 중에 신과 우주에 대해 가장 심오한 사유를 전개했던 스피노자(Spinoza)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본래적 의미에서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며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은 기쁨 또는 슬픔의 정서 어느 것에 의해서도 작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스피노자가 노자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지금 노자와 동일한 것을 말하고 있다(天地不仁).  신은 사랑이니 미움이니 하는 인간적 정서와는 무관하니 결코 신을 인격적 존재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 발언으로  파문을 당하여 일생 경제적으로 고생스런 삶을 이어가다가 죽었다.

내 생각에 천지불인은  범죄자들에게도 면죄부를 주느냐 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앞선 구절의 확장된 해설 '자기가 한 일은 자기에게 되돌아온다'는 원리를 적용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했지만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쉽게 설명했는지 자신이 없다. 나의 설명이 완전한 것도 아니다. 설명을 길게 더 자세하게 붙일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원래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가 흐트러질 수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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