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는 이롭게 할 뿐이다.
도덕경 해석은 원문을 직역한 것이 아니라면 어쩌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금언들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리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성경이나 불경은 워낙 직업(?)으로 해설하시는 분들이 많아서(목사,신부,스님) 조금 잘못 해석했다간 비난받을 일이 많겠는데 노자는 종교를 만들지 않았으므로 이런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
도교에서는 시조로 노자를 모시고있다고 하지만 도덕경 내용을 읽어보면 종교 냄새는 나지 않는다.
이 점이 또한 도덕경 해석의 장점이 아닌가한다. 물론 도덕경 해설자 사이에도 어떤 해석을 놓고 옳다, 그르다 하는 논쟁이 끊이지 않지만 종교에 기반을 둔 문서들처럼 이단 논쟁 같은 극심한 대립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2,500년전에 만들어진 문장들을 지금(now)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가 이 책의 현재가치를 정해준다고 하겠다.
성경과 불경도 2천년 이상된 문장들인데도 지금도 살아움직인 다고 표현한다.
고차원의 비유가 많아서 지금도 풀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그 금언들이 나왔을 때에는 그 당시의 상황에 따라서, 지금은 오늘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해석할 수 있는 똑같은 말씀들이 위대한 경전이라고 불린다고 볼 수 있다.
예수나 붓다의 제자들은 말씀이 선포되던 당시에도 비유로 말하는 스승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되풀이해서 그 의미를 묻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공맹이나 노자의 사상이 현대 생활과는 거리가 너무 먼 생각이라고 느낄 수도 있으나 그들의 사상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들이 우리의 삶 속에 이미 융화되어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부분을 찾아내서 더욱 좋은 방향으로 살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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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천지불인天地不仁'과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을 우주의 운행원리라고 표현했는데, 이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는 앞으로도 계속 탐구해 볼 생각이다.
이것들을 우주의 원리라고 규정했다면 이것은 모든 세상만사 자잔한 일까지 지배하는 법칙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의 법칙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갔으면 다시 반대로 되돌아오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는 것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일생일 수 있다.
출생-어린아이-청년-장년-노년-사망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좋은일이든 험악한 일이든 어느 한계에 이르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무언가 미진한 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착한 이들이 선행을 계속한다는 것과 악인들이 무한정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데 똑 같이 대우하여 한계에 이르면 서로의 반대 위치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는 것은 약한 자를 항상 생각하는 노자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확실히 무엇인가 빠진 감이 있었다.
완전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번주에 79장과 마지막장 81장에서 이 문제를 보완해 주는 문구를 발견했다.
天道無親(천도 무친) 常與善人(상여선인) : 하늘의 도는 편애하는 일이 없으며 언제나 선한 사람의 편에 설 따름이다(79장):
사실 직역으로는 '천도 무친'과 '상여선인'의 뜻이 모순이 된다. 편애하지 않는다면서 선한 사람 편에 선다?
유명한 어구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어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말하는 하늘의 이치가 옳은지 그른지 헷갈린다며 얄궂은 세상의 이치를 한탄해왔다.
모든 경우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삶의 정도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벌을 받고 그렇지 못한 자들이 별 탈 없이 잘 살기도 하는 불공정한 세상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노자는 마지막 장(81장)에 한번 더 강조한다.
天之道(천지도) 利而不害(리이불해) :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할 뿐 해롭게 하지 않는다. (81장)
비록 "어떤 특정한 일이나 사람을 편애하지는 않지만 도는 항상 선한 사람의 편에서 모두를 이롭게 하는 큰 방향으로 움직인다"라고 해석하면 어느 정도 앞에서의 의문이 해소될 듯하다.
노자가 밝혀낸 하늘의 도와 성인의 도는 결국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원칙아래 움직인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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