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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영성

노자 - 9 : 현명한 사람은 돌아갈 길을 생각한다.

현명한 사람은 돌아갈 길을 생각한다.

우주의 운행원리라고 표현했던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았다.
한자사전을 보면 反은 '상반, 반복, 되돌아옴'등의 뜻이 있다고 나와있다.

여기서 '반복'과 '되돌아옴'은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국지연의'의 시작 부분을 예로든다.
"천하의 대세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통합되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된다"  이런 천하의 대세가 

'反者道之動’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하나의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쪽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하는데, 

이 '物極必反'도 노자의 '反者道之動'에서 나온 사상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간단한 개념은 아니다. 여기에도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반복과 되돌아옴'의 개념을 사물에 대입해보면, '모든 사물은 언제나 원래 상태로 돌아가며, 다시 시작한다.'이다.   

일종의 순환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 순환이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자연계는 반복, 순환하여 매년 봄,여름,가을,겨울이 되풀이되지만 올해의 가을은 작년 또는 그 이전의 가을과 같을 수 없다. 

즉 자연계든, 인류 사회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귀,반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또 다른 미래로의 진입인 것이다. 
여기서 다섯 한자로 되어있는 이 금언의 뜻이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상반'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자면 이 금언은 설명하거나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고 해석도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는데 내 나름의 해석을 시도해 본다.
'상반'이라는 말은 선과 악, 천당과 지옥, 미와 추, 하늘과 땅등 개념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노자는 무엇을 말하려한 것일까?

선이 있음으로 악이 나타나고 아름다움이 있음으로 추함이 생긴다는 것인데 , 그다음으로는 선은 악으로 향하고, 

미는 추로 가고(이건 어느정도 이해되지만) 모든 대립되는 개념이나 사물들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할까?

천당은 지옥으로 지옥은 천당으로....   이건  아닌 것 같다.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사물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여기서 한번 의미의 도약을 해야할 것 같다. 노자시대에는 몰랐겠지만 근세 들어 에너지 보존법칙이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운동,  열, 빛, 소리, 전기 등 많은 형태의 에너지들은 갑자기 생기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날 뿐이다. 전환 전후의 에너지 총합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이며, 이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이다

이 법칙에 의해서 세상의 선과 악의 합은 동일할지도 모른다. 종교를 예로들면 양으로 따지면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것도, 가장 대규모로 자선사업을 벌이는 곳도 종교집단이다. 노자는 무심하게 양쪽(선행과 악행)의 에너지의 합은 동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지난번 글에서 헤겔의 '正反合' 과 노자의 '反者道之動'은 원리가 충돌하는 것으로 보았다. 노자의 도는 극에서 극으로 우직하게 움직이는 것이고 헤겔은 2단계의 '反'을 거쳐 마지막 단계인 '합'으로 나아간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니 노자의 이 금언이 헤겔의 '합'의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도'는 한쪽 극에 도달하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했는데 우주운행부터 개인의 소소한 일까지 이 법칙하에 있다면 개인의 작은 일은 우리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한쪽 극점을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도'가 시계추처럼 양쪽을 왔다갔다한다면 배포가 큰 사람은 계속 멀리 나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당한 지점까지만 간다고 할 때도 중간 지점은 같을 것이며 이것이 헤겔의 '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노자의 글은 비유가 많기때문에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 이 구절은 계속 머리에 담아두고 생각해보려 한다. 

일부 종교에서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였지만 노자는 찬성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당신은 선의 세력인가 악의 세력인가?'  당연히 선의 세력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자기편을 악의 세력이라고 하는 멍청이는 없다. 
이 지구상 모든 인간에게 자기 편이 선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한 사람이 이쪽에서 보면 선인이고 저쪽에서 보면 악인이다. 


지금 벌어지고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서로 자기들이 선이라고 하는 걸 볼 수 있다. 보통 사람 생각에는 하늘이 악의 무리인 상대방을 망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노자의 '도"는 그저 무심할 뿐이다.
그래서 '天地不仁'  '하늘은 모든 일에 무심하다' 고 한 것 같다.

나는 여기서 상반의 의미로 푼 이 금언을  '양극단 사이에서 무심하게 자리 잡아라'로  해석했다. 

일상에서 꼬이는 일이 생길 때,  우리는  그 일이 항상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여 왔다. 

아주 곤란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계기가 나타나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가끔 일어나는데 노자는 이 금언에서 이야기한다. 

 

그 일은 내게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을 것이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완전히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깨우쳐주려 했을 수도 있다고.

이 금언의 현대적인 적용예를 하나 든다면, 누군가 나와 상반된 의견을 제기했을 때 내가 만약 '反者道之動'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심리적인 안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쾌하게 경청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바로 거기에 도가 있다. . 이것은 사실이며, 진리는 그토록 가까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예수도 말했다. '천국이 어느 특정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의 마음속에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눈이 어두워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며, 마음이 닫혀 있어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라.
“나는 진정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나는 내가 시작된 곳에서 멀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곳으로 되돌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