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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영성

노자 - 10 : 모르는 사람이 많이 떠든다 (56장)



원문은 " 知者不言(지자불언) :言者不知(언자부지) :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인데 재미있게 말을 바꾸어 보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침묵이 금이다"  등 이 말에서 파생되었음직한 금언이 많다. 도덕경의 다른 장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워낙 유명한 구절이라 색다른 해설도 많지만 내가 이해한 부분으로 써본다.

근래에 도덕경을 읽을 때 이문구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나이 든 친구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때, 특히 어린 시절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아직까지도 논쟁이 일어나면 목소리 큰 친구가 이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미 모두 노년기에 접어들었으므로 세상을 살아온 기간이 인간 수명 기준으로도 상당하니 본인의 경험치가 충분히 쌓였기 때문인지 남의 말을 중간에 쉽게 자르고 자기 말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친구들도 많다. 당최 남의 말은 건성으로 듣지 제대로 듣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큰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자기가 공부했던 분야의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는 크지 않더라도 자신과 견해가 다를 때 거의 남의 말을 무시하는 경향을 많이 보았다.

나는 일생 책을 거의 읽지 않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작심하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 4년 동안 상당량의 책을 읽었다.  다방면의 책을 읽었는데 종교와 믿음에 관한 서적이 절반 이상이다.


운이 따랐는지 그동안 3명의 동료 겸 길라잡이가 나타나 주었다. 각기 자기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책을 젊을 때부터 1,000여 권씩 읽어 온 친구들인데 그 분야의 책을 읽으려는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그들이 속한 집단에서는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다. 일단 일대 일로 자주 만나서 몇 시간씩 주제를 놓고 대화를 했는데 그들이 읽었던 책의 엑기스를 취할 수도 있었고 그들이 읽었던 책중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을 선정하기도 쉬웠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나도 조금 책을 읽고 나자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그들과 의견이 갈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남보다 많은 양의 책을 읽어서인지 그들은 자신감이 충만했는데 문제는 나와 같은 소수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쩍 다른 두 명 길라잡이의 의견을 말해주면 그것도 틀렸다고 한다. 가끔 웃음이 나온다. 인간의 한계인가 보다. 

노자는 말했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은 영원한 진리가 아니다. 知常容(지상용) 容乃公(용내공) : 영원한 것을 알게 되면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그는 세상에 절대적으로 올바른 것이란 없다고 하였다. 맞는 말 같다.

그러면 나 자신은 어떤가 하고 되새겨 보았더니,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떤 분야에서는 남보다 조금 더 아는 것 같아서 남의 말을 자르고 내 주장을 내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안 되지 하고 마음을 다잡고 다음 모임에 나갔을 때 처음에는 조심하나 술이 조금 들어가면 다시 예전 버릇이 나온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노자기 2,500년 전에 이미 경고한 것 같다.

우리가 듣고 보고 익힌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것인데 어떻게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이 될 수 있는가?
소크라테스의 금언도 그것을 가르친다. "너 자신을 알라" - 네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스스로 자중하면서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많이 달라져있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