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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독후감 14 : 불편한 편의점 1,2편

며칠 전 '불편한 편의점' 2권까지 다 읽었다.

다니는 도서관에 이 소설이 큰글자판 포함해서 8권이나 비치되어 있는데 1, 2권을 시차를 두고  빌릴 때마다 정상 판본은 이미 누가 빌려가고 없어서 큰 글자 판으로 1,2권 다 읽게 되었다. 큰 글자 판은 글자가 커서 나같이 노안이 온 사람에게는 읽기 좋았지만 책 부피도 커서 보관이나 운반 시 불편한 점도 있었다.
어쨌든 여태까지 큰 글자 판은 나에게는 필요 없는 책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눈도 편하고 좋았다.

놀라운 점은 책이 나온 지 5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꾸준히 독자들이 빌려가서 읽는다는 점이고 큰 글자판도 자주 대출 중으로 뜨는 걸 보니 시니어들도 많이 읽는 것 같다.

지난번 독후감에서 밝혔듯이 200만 부이상 팔린 우리 소설을 한 두권 더 읽어보아야 되겠다고 했었는데 우선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지난번 읽었던 소설은 "달러구트,꿈 백화점'이었는데 너무 환상적인 요소가 많아서인지 나에게 큰 울림은 주지 못했으나 이 작품은 조금 달랐다.

처음 전개부터가 서울역, 노숙자, 청파동, 편의점등의 단어로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약 40년전 청파동 바로 윗동내 만리동에서  2년 정도 살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청파동을 거의 매일 지나치게 되었고, 몇 년 전에는 일 때문에 일정 기간 청파동과 남영역을 수시로 드나들어서 서울역, 청파동 지명 자체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독자들을 금방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노숙자 독고씨가 편의점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문제를 대화와 행동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며 편의점에 차례차례 등장하는 사람들의 개성을 세밀하게 잘 그려내어 궁금증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이 소설을 스토리의 뼈대로 들여다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로 흘러갈 요소가 다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낸  각 인물들의  성격들이 매우 현실성이 있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그런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먼저 온다.
다음으로는 청파동과 부근의 각 지형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지금 우리 곁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큰 사건이나 충격적인 내용을 배제했는데도 잔잔한 서민들의 스토리가 이렇게 부드러운 진행으로 재미를 놓치지 않고 진행된다는 것 , 어찌 보면 답답하고 신경질 나는 각 개인들의 사소한 사건들을 잘 매듭지어 주면서도 전개과정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명작을 만들어 낸 것, 이것은 김호연 작가만의 특별한 재능이라 해도 무리가 없겠다.

그런데 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처음에 등장한 독고씨가 2권 말미에 어떤 식으로든 비중 있게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모습만 비치는 것 정도로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독고씨의 편의점 생활 이후를 추적하는 제3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창 고 육영수여사 피격 사건을 다뤘다는 '암살자들'이라는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에 깔고 스토리를 만들려면 이 작품 '불편한 편의점'같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상과도 통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아니면 근래의 천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처럼 기본 줄기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되 결론에 이르는 전개과정은 일반인들이 보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정도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 하지만 그 유족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을 왜곡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 시대에 커다란 논란거리 하나를 더 추가했으니 정상적인 관계자들이라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예술의 혹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논란을 만드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볼 때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편의점'은 만화로도 나왔고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 중이라고 한다. 시간을 내어 연극도 한번 보러 가야겠다.
대중이 인정하는 좋은 작품은 생명력이 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