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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필 - 24 : 무협소설과 숏폼 무협영상

사무실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 저녁때가 되면 머리도 식힐 겸 페이스북을 훑어보는 게 고정 일과가 되었다.

 

핸드폰이 아니라 PC로 보니까 큰 화면에서 그림이나 동영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실 SNS에는 유익한 자료들이 꽤 있다. 세계의 명화들을 PC의 큰 화면으로 보면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꽤 만족도도 높다.

 

그런데 지나간 몇 달간의 나의 페이스북 사용 실태를 되돌아보니 문화, 예술 같은 분야는 20% 남짓할 것 같고 나머지는 오락성 분야에 치중해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릴스라는 숏폼 영상들을 모아놓은 데가 있는데 주로 이것을 보게 된다. 

1-2시간 페이스북 사용 시간 중 50% 이상을 소비하면서 이걸 보고 있는 것이다. 

 

릴스에 나오는 내용들도 워낙 종류가 다양하니 재미로 이것저것 보다가 요즘에는 중국 무협장르에 빠져있는 것이 확인된다. 고전 무협 장르도 있고 현대의 무대 위에 무협물의 황당무개함을 얹어놓은 것도 많이 보고 있다.

 

나이가 제대로 든 나도 이렇게 빠져드는데 젊은 애들은 정말 여기서 빠져나오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릴스에 올려져 있는  편수도 꽤나 많은 것 같은데 시리즈로 만들었지만  1회 내지 2회까지만 무료로 볼 수 있다. 후속 이야기가 궁금해서 돈을 내고 후속 편을  보려 해도 무슨 영문인지 과금까지는 연결이 안 된다.

 

 이렇게 한 작품의 1회 혹은 1, 2회를 본 것만도 수십 편에 달하니 제작자들은 끊임없이 비슷한 내용을 변형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니 아주 오래전 생각이 났다.

臥龍生와룡생.  아마도  50대 이후 분들은 거의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무협소설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나는 사춘기였던 중3 이후   거의 20편 이상 그의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1편의 무협소설은 당시 무조건 5권으로 발행되었으니, 나는 무협 소설을  총권수로는 100권 전후로 읽은셈이다.

지금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당시에는 동네마다 한집이상 만화가게가 꼭 있었다. 

당연히 서점에서 이 무협소설들을  팔았겠지만 다른 만화책들과  마찬가지로 무협소설을 서점에서 사서 읽은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대부분 몇 권씩 만화가게에서 빌려 읽었다. 한마디로 소장가치는 없었다.

 

어떤 만화방은 진열된 것이 만화절반 와룡생 무협소설 절반이었다. 

무협소설을 빌려보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 가게에 한 편의 작품을 2-3질씩 비치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방학 때 혹은 군 복무증의 휴가 때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어떤 때는 이걸 읽느라 꼬박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한편이 총 5권으로 되어 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면 2-3일 만에 거의 한 편을 읽었던 것 같다.

 

작품의 수가 많다 보니 1년쯤 여건상 못 읽다가 오랜만에 만화방에서 책을 빌려와서 한참 읽다 보면 예전에 이미 읽었던 작품도 있었으나 그래도 끝까지 다시 읽을 만큼 당시에는 재미가 있었다.   작품수가 20편이 훨씬 넘고 제목도 비슷비슷하여  1년쯤 지나다 보면 읽은 건지 안 읽은 건지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 당시 중국집에 자장면 먹으러 가서 홀에 자리가 없으면  홀 한쪽에 딸린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 이 작은 방은 아마도 배달하던 철가방들의 숙소로 쓰이는 방이었을 것이다.  한쪽 편에 이부자리와 더불어 발견되는 것이  몇 권의 와룡생 무협소설이었다. 물론 만화가게에서 빌려은 것이리라.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무협소설 시대가 끝났는지 무협소설을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몇 년 전 인터넷 검색하다가 와룡생은 무협소설을 3편밖에 쓰지 않았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수많았던 그의 이름으로 발간된 소설들은?

수십 편의 그가 저자로 되어있는 소설들은 우리나라의 짝퉁작가들이 쓴 것이라 한다.

지긍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았던 시절의 추억이다.

 

사실 무협소설은 전개과정과 결론은 항상 비슷한데, 이 장르의 소설은 와룡생이 세운 뼈대위에. 짝퉁작가들의 각색으로 계속 발행되어 온 것이다.

 

어쨌든 그 옛날의 무협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지금 새로운 형태의  숏폼 영상으로 나를 이끌어 들인 것 같다.

우연하게  페이스북 영상으로 몇 편 보다가 이제는 거의 매일 들여다보게 되니.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무협소설/영상류의 재미는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무계함에서 나온다  

장풍 한 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사람이 날아다니고 등등...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황당한 무협 영상물이 현재  TV나 영화에 수시로 나오는 잔인한 폭력장면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디어에 나오는 폭력장면들은 칼이나 무기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그런 류의 폭력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협 영상들은 보면서도 이게 전혀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면서 본다.

현재 미디어의 폭력장면과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다.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이 하루 종일 이런 숏폼 영상물을 보는 친구들이 많다는 기사도 몇 번 읽었다.

미디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해야 하나?

혹자는 무협영상 말고 예전의 무협소설류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읽히면 책을 손에 쥐는 습관을 들일수 있다는 말도 하지만  나로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