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천년의 문이 열렸던 2000년, IMF 사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저녁때 한 친구가 내 사무실에 놀러 왔는데. 그가 말하길 지금 시간에 목소리가 감미로운 진행자가 우리에게 친숙한 팝송을 들려주는 음악프로가 있다고 했다. 라디오를 틀었는데 그것이 배미향과의 첫 만남이었다. 벌써 26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들은 내가 중고교 다닐때 유행했던 나에게는 아주 친숙한 팝송들이었다. 또 친구 말대로 배미향의 목소리는 상당히 감미로웠다. 당시 나는 사무실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사무실에서 아무 때나 라디오를 틀 수 있었다.. 그때는 자차로 출퇴근했는데 그날 이후 1시간 정도 차를 몰고 퇴근하는 동안에는 항상 이 프로와 함께했다.
5년이 지난 후에 집 근처의 공동사무실로 옮기고 나서는. 대중고통으로 출퇴근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는 이 프로를 자주 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시간대에 가끔 자차로 움직이는 일이 있을때는 항상 이프로를 틀었다.
어쩌다가 대증교통을 타고가는 동안 동시간에 방송되는 타 방송의 배철수의 프로를 들을 때도 있었는데 그쪽은 거의 최신 팝음악이 나왔다. 나는 나에게 친근한 옛날 음악이 좋았고 진행자의 멘트도 배미향의 톤이 훨씬 더 듣기 좋았다. 배미향의 프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그녀의 목소리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프로에서는 거의 내가 알고있는 음악들이 나왔다. 유독 이 프로에서만 항상 옛 팝송을 틀어준 것으로 기억한다. 팝송을 틀어주는 CBS의 타 음악 프로들뿐만 아니라 타 방송의 팝송프로에서도 이렇게 올드팝만 틀어주는 방송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점은 올드 제네레이션들에게는 큰 매력이 될 수 있으나 옛날 팝송에 익숙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가가기 조금 어려운 선택지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6월 13일 토요일, 생방송으로는 배미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듣고 저녁때 10여분 마지막 방송을 들었다. 그날 나오는 음악들도 26년전 들려주었던 그런 친근한 음악들이었다.
바뀐 것이 있다면 배미향의 톤이 조금 무거워졌다는 생각이다. 몇 년 전부터 가끔 이 프로를 들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이다, 옛날 그녀의 감미로운 톤을 확실히 기억하는 나에게는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인간은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또한 이런 장수 프로그램이 세월에 밀려나는 것이 안타깝다는 느낌이다.
며칠 뒤 새 진행자의 '저녁스케치' 방송을 10여분 들었는데 확실히 목소리뿐만 아니라 선곡들도 확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배미향의 목소리에 취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아마 그녀는 조만간 다른 형식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목소리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또 다른 진행자는 60년 전 중학시절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지금은 없어진 동아방송의 DJ 최동욱이다.
그는 우리나라 1호 DJ로 알려져있는데 기름진 목소리라고 할까, 굵으면서도 윤기 있고 부드러운 톤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생방송 중 시청자들의 신청곡을 전화로 받고 POP SONG을 틀어 주었는데 같이 듣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시청자가 발언하면 그때마다 '방송은 공기이니까 그런 개인적인 내용은 안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본인은 그런 방식이 방송 전반에 정착되리라고 믿고 꾸준히 밀고 나갔지만 결국 그 방식은 다른 진행자들 이 아무도 따라 하지 않아서 실패로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남자 목소리로는 정말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톤을 가진 사람이었다.
며칠 전에는 가수 박인희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TV에서 보았다.
거의 60년 전 그녀가 청춘일 때의 꾀꼬리같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나는 역시 세월 앞에 조금 묵직해진 음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목소리는 변했지만 노래가 주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옛 음악은 그 음악을 자주 들었던 그 시절로 우리를 잠시 데려간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며칠 전 지인들과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두 친구가 목소리가 유난히 커서 식당 사장님이 다른 손님들이 있으니 조금 조용히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 친구들 목소리가 비록 크더라도 목소리가 남들에게 듣기 좋은 톤을 가졌다면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목소리 톤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기본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그들은 선조들로부터 내려받은 DNA를 크게 감사하며 살아야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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