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경의 내용 중 내가 조금 이해한 부분을 조금 쉽게 20편 정도 해설하려고 처음부터 마음먹었으나 17편을 쓰고 나서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18번 째로 41장의 서두 구절에 대해 쓰려고 진작 메모해 두었으나 글의 전개과정이 쉽지 않았다. 차일피일하는 사이 벌써 6개월이 지나갔다. 더 늦기 전에 일단 시작해 보기로 한다.
------------------------------
上士聞道, 勤而行之, 中士聞道, 若存若亡, 下士聞道, 大笑之 뛰어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힘써 행하려 하고 어중간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못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크게 웃는다. 못난 사람이 듣고 비웃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41장
아마도 이 말은 100%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수긍하는 격언일 것같다. 도를 진리로 바꾸어 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일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대단히 짧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주장이 맞다며 설쳐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최근에는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웬만한 지식은 누구나 순식간에 찾아낼 수 있으므로 이런 현상은 예전보다 더욱 많아지게 된 것 같다.
노자는 이 장에서 황당한 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리(道)를 찾아내는 방법을 역설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못난 사람들이 비웃지않으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41장 전체의 내용을 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눈에 띄지않는 곳에 진리가 존재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직역을 하다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반대되는 형상이나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노자 철학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관념의 반대되는 것들이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이 황당하게 들리더라도 바로 반박하지 않고 차분하게 들어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긍정해 주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41장이 상당히 가슴에 와닫는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보이는 부분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개념일 것이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극단적인 예로 눈에 보이는 먼지를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한 먼지조차도 만일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먼지는 더럽다는 보이는 것 이면에 안 보이는 큰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먼지는 물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지는 응결핵의 역할을 하는데 만약 먼지가 없다면 지표상에서 올라온 수증기들이 쉽게 구름의 형태로 바뀌지 않으므로 눈과 비의 양이 급감하여 지구가 사막처럼 황폐화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햇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역할도 하기에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먼지가 사라지면 지구에 큰 기후 변화가 유발될 수 있다.
또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수많은 별들이 떠 있어도 밤하늘의 대부분은 칠흑같이 어둡다.
당연하게도 과거 사람들은 밤하늘에 별이 많긴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공간은 시커먼 공백이라고 생각했다.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이란 관측기구를 쏘아 올려서 오래전부터 우주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시커먼 빈 공간이 아닌 관측해 볼 가치가 있는 천체를 위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5년 어느 날 로버트 윌리엄스라는 엉뚱한 천문학자는 아무것도 없는 빈 우주공간을 찍어보자는 괴상한 제안을 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구축 및 발사하는 데만 25억 달러가 들었고 운용비용만 연간 1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기계이기에, 각도를 아주 조금만 미세하게 조정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에는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제안은 수용되었고, 허블우주망원경은 1995년 12월에 10일간 우주의 시커멓고 공허한 부분을 촬영하였는데, 그 결과로 얻은 사진은 전 세계 천문학계를 경악시켰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여겨졌던 캄캄한 우주공간에도 별들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허블 망원경이 찍은 사진 속의 광원들의 대부분은 심지어 별이 아니라 '은하'이기 때문이었다.
은하란 수많은 별, 가스, 먼지 등이 결합되어 거대한 구조를 이루는 우주의 한 단위이며, 쉽게 말해 별들의 집합체이다.
은하는 하나당 수십억 개에서 많게는 수조 개의 별로 구성되는데 허블로 찍은 쌀알 같은 것들 하나하나가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를 뭉친 것'과 같은 항성계가 수천억 개 뭉쳐진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되니 큰 소동이 날만도 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부분이 더욱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예라고 할 것이다.
어저께 이준석과 전한길의 '부정 선거'에 대한 장시간 토론이 있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자꾸 이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가 어떤 주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파고들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우리가 알게 되는 지식도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또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부분도 못지않게 자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든 허블 망원경의 경우와 같이 옛날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하늘은 제한된 공간이었지만 과학기기의 발달로 우리가 알게 된 우주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우주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도 너무나 많다는 것을 계속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인간을 티끌로 표시한다면 우주안에서의 지구존재 역시 티끌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십억명이 모여사는 지구의 모든 지식을 모아도 우주 안에서는 티끌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2,500년 전 노자의 격언은 아직도 변함없이 큰 신뢰감을 준다.
'철학,영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자 - 17 : 노자- 예수- 니체를 관통하는 단어 ㅡ 어린아이 (9) | 2025.08.15 |
|---|---|
| 독후감 : 고양이도 이해하는 니체 (8) | 2025.07.31 |
| 노자 - 16 : 극단을 피하고 중도를 찾아라 (0) | 2025.07.09 |
| 노자 - 15 : 무위(無爲)와 무불위(無不爲) (0) | 2025.05.24 |
| 노자 - 14 : 도(道)를 알게되면 너그러워진다. (8) | 202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