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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역사 앞에서 - 김성칠

8.15 해방부터 6.25 한국전쟁까지 - 격동의 세월속 일기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74년이 지났다. 몇년 전  미국에서 전사자 유골 감식끝에 한국인으로 판명되어 되돌아온 전쟁 당시의 우리나라 전사자들의 유해가 도착하는것을 보고 , 우리나이 또래 이후의 세대는 전쟁을 경험하지않고 나라가 계속 성장하는가운데 자란 복받은 세대라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났다.

 

얼마전 김성칠 이라는 사학자가 쓴 "역사앞에서"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상당히 깊은 울림이 왔다.

이분은  해방후 이병도,이희승,박종홍 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대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던 석학인듯한데

(46년 3월 출간된 그의 저서 "조선역사" 가 해방직후 였음에도 초판으로 20,000부 찍었다 함)

이책은 그의 개인일기이다. 45년 11월29일부터 51년 4월 8일까지의 기록되어있다.(그는 51년 사망했다고 되어있다.)

나중에 책으로 출판하려고 쓴 일기가 아니었으나 그의 아들이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일기이기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책속 인물들의 생존시에는 공산치하에서  부역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때문에 초판에는  그들의 실명을 밝힐수가 없어서가명으로  등장시켰다가 그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인 2018년 개정판에서 전부 실명화했다고한다.

 

이 일기에는 해방 후의 사회상황과, 6.25 한국전쟁초기 북한군의  서울 강점기때의 서민 생활이  아주 현실감있게  기록되어있다. 일반 서민들이 인민군 치하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몇년 전 설민석이 TV 프로에 나와서 한국전쟁중의  서울 생활을 묘사하는데 이 책에서 많이 인용하는 것을 보고 이 일기의 가치를 더욱 알게되었다.)

 

6.25 에 대해서 우리는 거시적인 관점의 교육을 받아왔고 우리나름대로 그에 대한 인식이 있지만 이 일기는

 순수하게 미시적으로 개인관점에서 쓴 일기이기때문에 더욱 현실감이 있었다.

몇가지 간추려본다.

 

-정말 친한 죽마고우였지만 내가 한 말이 누구 귀에 들어갈지 몰라 빙빙 돌려가며 대화한다-

 

-교수들 모이라고 한 다음 보위부원이 따발총 든 군인 둘 데리고 나타나 학생신고로 반동 교수로 지목된 교수를

불러내 세워놓고 이 사람의 반동행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윽박지르는데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교수는

즉결 처분된다 -

 

-1950년 11월5일 서울 기온이 영하15도 , 이무렵 함경도 전투지역 장진호 기온이 평균 영하40도 였다니

이 당시 기운은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공산 강점기간중 붉은 완장찬 친구들의 위세를 보았으나 수복후 세상이 180도 바뀌니 거꾸로 반대진영의 위세도

눈쌀 찌푸리게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 현재 우리사회 상황에도 어떤 메시지를 준다)--

 

-목숨이 언제 날라갈지 모르는 전쟁을 겪다보니 인간관계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비록 70여년전의 일기지만 아마도 현재 북한 일반주민들의 생활이 이 일기속에 그려지고 있는 인공치하 서울 생활과

비슷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기회 되면 도서관에서 빌려 볼것을 권합니다.